당장은 흥행실패, 하지만 멈출 수 없는 SDGs 논의

 녹색연합 정책팀장 정규석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등 현대 국가들이 당면한 과제들은 쉽사리 국경을 초월한다. 규모의 확대, 기술발전 등 매순간 첨단을 갱신하는 상황에서 각 국가가 내리는 개별적인 결정들도 국경너머 주변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미세먼지와 황사로 대표되는 대기오염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지구촌 한가족이라는 1988년 식 표어가 30년이 지난 지금 그야말로 실감난다. 결국 국제 협력 네트워크, 협의 테이블, 공동의 숙의 과정은 현대 사회에서 최소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1010일부터 12일 간 베이징에서 진행된 ‘North-East Asian Multistakeholder Forum o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도 국제 협력 네트워크, 협의 테이블, 공동의 숙의 과정 중 하나다. UN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와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우선 접어두자. 그보단 UN차원의 꾸준한 노력들을 상기하고, 필요성 자체에 집중하면 이번 포럼 역시 UN의 노력 중 하나로 읽힌다.

 포럼은 동북아 정부, 시민사회가 한 자리에 모여 SDGs(지속가능 발전목표)를 개별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장애는 무엇인지 또 국제 협력 의제는 어떤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다. 2015UN총회에서 통과된 SDGs가 동북아 차원에서 어떤 상황인지 가늠할 수 있다. 단 이를 위해선 먼저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현재 상황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SDGs 달성을 위해 각 국가가 어떤 실행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SDGs를 위해 국제 협력 의제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총론과 각론에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SDGs 관련 거버넌스와 시민 인식수준에 대한 동북아 차원의 제언과 숙의도 필요하겠다.

 

 

12일 포럼 동안 성과는? 위에서 언급한 전제들은 달성되었나?

 주제를 환경으로만 좁히면 공동의제는 분명해진다. ‘에너지기후변화. 정부, 시민사회를 막론하고 모든 패널들이 renewable energy, Fukushima, carbon 등을 공통으로 언급했다. 북한에서 온 패널도 에너지 문제를 주요 과제로 피력했다. 물론 각 국가가 처한 입장에 따라 문제의 본질과 핵심은 구별된다. 일본은 후쿠시마 이후 에너지정책이, 중국은 대기 오염 주범인 화석연료 저감이, 북한은 그야말로 에너지 부족문제가 핵심이다. 그리고 forest, eco-system, nuclear generation station 등도 꾸준히 언급된 키워드다. 결국 이번 포럼에서 환경 분야만큼은 주인공이 확실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서사가 빠졌다. 주인공들이 왜 주인공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 결국 어떤 방향이 예상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흥행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구조가 없었다. 키워드들은 분명했지만 방점을 찾지 못하고 총의를 이끌지 못한 것이다. 우선 시민사회와 정부의 적절한 긴장관계가 전제된 객관적인 국가별 현황 공유가 부족했다. 그리고 각 사례발표에서도 구체적인 실례가 부족했다. 전반적으로 총론에만 머물러서 포럼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이야기들이 현장에서 오갔다. 구체적인 방점을 찍을 조건이 부족했던 셈이다. 그리고 일본은 정부 쪽 인사가 참여하지 않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시민사회라고 할 수 있는 민간 참여가 없었다. 구성에서부터 총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신스틸러들은 있었다. 북한과 몽골이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고위급인 UN대표부 대사를 지낸 소세평 대사를 중심으로 대표단 3명을 파견했다. SDGs의 가장 큰 난관으로 에너지 부족을 꼽으면서 ‘peaceful'을 연달아 언급한 발표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동북아시아 국제 협력을 위해 북한 조림을 (시혜적 관점에서) 반복해서 언급한 한국 참가자의 발언에 대해 날선 답변으로 받아친 것이 압권이다. “김정은 동지가 10년 안에 해결하겠다고 발표하셨다.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당신들은 당신들 일이나 챙기시라.”는 요지의 차분한 영어 답변에 장내는 순간 얼어버렸다. 국제 협력을 이야기하고 서로 간 이해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몽골은 개별 국가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 국제 협력이 현대사회에서 필수적이고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숲과 초지의 감소, 사막화 확산 등을 설명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는데 논지가 간명하다. -몽고 국토면적은 1,564,116(세계 19, 우리나라 면적의 약 16)로 넓은 편이지만, 인구는 약 300백만 명(세계 135, 인천광역시 수준)으로 적다. -몽고 내륙의 숲이 사라지고, 대부분 지역이 사막화 된다고 해서 북쪽 일부 지역에 몰려 살고 있는 몽고 사람들에겐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 -그보단 중국, 한국,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에게 시급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니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누구라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

  

논의의 장은 지속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사실 이번 포럼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정부, 시민사회 관계자 등 참여자들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회의를 주체한 UN ESCAP 동북아사무소만의 잘못도 아니다. 그보다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현재 동북아 대부분의 국가에서 SDGs 자체에 대한 인식수준이 현격하게 낮기 때문이다. 정부도 시민사회도 그리고 일반 시민에게도 SDGs는 당면 과제로 폭넓게 인식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SDGs의 본의와 중요성이 공감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 어떤 논의의 장도 지엽적인 공염불에 불과하다.

 결국 기존 논의의 장은 충분히 유지되고 새로운 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위협받고 있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이것만은 달성하자는 SDGs는 그야말로 인류의 자구책이다. 사실 17개 목표에 따른 169개 세부 목표 중 그 무엇도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입장에선 손해 날 게 없다. 오직 인류의 지속가능함에만 영향을 초래할 뿐이다.

 국가별 이행 보고서가 강제성이 없고, 그래서 SDGs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고 해도 현재 상황에서 인류의 시급한 과제라는 점은 조금도 상쇄되지 않는다. 모든 진보운동 영역의 의제가 SDGs와 맥을 같이 하는 이유다. 개별 영역으로 세분화된 우리나라 환경운동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땅히 SDGs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환경문제로 접근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바다, 공기 등을 비롯한 자연환경과 식물, 동물 등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들은 그것 자체로 인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인간이 정한 여권이나 비자 등의 영향에선 자유롭다.

Posted by Korea SDGs 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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