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민사회의 대거 참여로 역대 최다 시민사회그룹 참여...한국 장애운동그룹의 리더십 돋보여
글 / 윤경효 (사)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 사무국장·SDGs시민넷 사무국장·동북아 시민사회 Focal Point
올해 10/15(화)~10/16(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된 <2019 동북아 이해관계자 SDGs 포럼>(이하 '동북아 포럼')에는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북한, 러시아 6개국의 정부, 학계, 시민사회, 기업, 국제기구 관계자 160여 명이 참석했는데, 이중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40여명으로 지금까지 동북아 포럼 중 가장 많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그룹 등 한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26명이나 참여†한데다, 올해 아태 SDGs 포럼의 시민사회 참여메커니즘(AP-RCEM)에서 동북아그룹 연락담당자(Focal Point)가 처음 선출‡된 이후 한국, 몽골, 일본, 중국 시민사회그룹이 협의해 전략적인 참여 독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보다 다양한 시민사회그룹의 교류가 가능해지고, 적극적인 참여로 이전 보다 활력 넘치는 동북아 포럼이 될 수 있었다. 특히, 한국 장애운동그룹의 리더십이 돋보였는데, 동북아 장애인권운동 사례를 조직해 SDGs 이행에 장애인 관점 주류화의 필요성을 주창했는데,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정부, 학계, 기업관계자들에게 강한 각성과 반성의 시간이 되었다. 일례로, 장애그룹의 발표세션이 끝난 후 휴식시간에 한 외국 정부 관계자가 내게 다가와 한국의 장애인권을 위한 오랜 투쟁활동 영상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장애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아왔던 자신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에 대해 크게 반성하게 되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 장애, 보건의료, 공정무역, 평화/교육, 국제개발협력, 아동, 환경, 청년, 도시, 참여거버넌스 등 10개 주제분야 시민사회그룹에서 참여
‡ 2019-2020 AP-RCEM 동북아 시민사회 Focal Point : 윤경효 한국시민사회SDGs네트워크 사무국장
현장 목소리 없는 동북아 포럼 문제 지적...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주도적 참여체계 마련 필요
올해는 처음으로 ‘동북아 시민사회 네트워크 회의’를 열어, 서로 인사 나누고 동북아 포럼의 의미와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기존의 동북아 포럼은 UNESCAP의 주도로 포럼 주제와 프로그램이 확정되는 구조라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그룹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포럼에서 수동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시민사회 네트워크 회의의 경우, UNESCAP에 제안했으나, 기존에 없던 형식이라는 이유로 비공식 회의로 공식 일정 이후에야 개최할 수 있었다.
또한, SDGs 이행을 위한 동북아 공동 목표와 지표가 없어, 정부를 비롯해 이해관계자들이 구체적인 이행을 위한 실천과 평가를 논의하는 것이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지적되었다. 그저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으로는 일반적인 이야기에 머물러 실질적인 교류와 참여의 장이 되기 어렵다는 비판적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동북아 시민사회는 이러한 논의 내용을 요약해 공동성명서를 포럼 폐회식 전에 발표했으며, 주요 요청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일관된 이행점검 과정으로써 동북아 포럼과 아태 지속가능발전포럼간 연계성 강화
- UNESCAP 및 동북아 회원국들의 동북아 포럼 하루 전 ‘동북아 시민사회포럼’ 개최 지원
- 동북아 포럼의 공식 의제로써 시민사회 특별세션 마련
- 고위급 정치포럼 및 아태 지속가능발전포럼의 이해관계자 참여체계와 같이 동북아 포럼 이해관계자 참여체계 구축
- 동북아 포럼의 이행점검으로써 국가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정기적이고 공식적인 이해관계자 참여 플랫폼 구축
성명서 발표 후 UNESCAP은 앞으로 동북아 포럼 준비과정에 동북아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응답해, 3년 만에 미미하나마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한국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로 동북아 포럼에서 시민사회 참여 공간 확대 계기 만들어
동북아 포럼에 참석한 한국 참가자 중 몇 명이 내게 현장성 없는 현학적인 발제 내용에 어떠한 감흥도 각성도 없어 이런 회의가 과연 유의미한 지 의문이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일이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 생각하지만, 지난 17년 동안 지방에서부터 국가, 아태, 글로벌 SDGs 이행 논의 장을 조직하고 그 공간에서 공적 가치를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정부, 기업, 국제기구들과 집요하게 기싸움을 하고 있는 시민사회운동과 함께 해온 나에게는, 또 하나의 시민사회운동 현장으로써 가치가 있다. 세계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식적인 의견수렴 공간인데, 그 공간을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놓지 않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실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공론화 장으로써...비록 지지부진해서 자주 지치고 허무함이 밀려오긴 하지만...
동북아 포럼 참가자들 ⓒ SDGs 시민넷
이번 동북아 포럼 구성과 내용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의 경우, 최소한 이 자리를 통해 다양한 한국 시민사회그룹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본 다른 동북아 시민사회그룹이 크게 자극받고 힘을 얻어갔다는 점에 제일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리고 중국, 일본, 몽골, 북한, 러시아 등 시민사회운동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의 정부 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시민사회의 존재감을 어필해 자국을 돌아보게 하는 것도 시민사회 연대 활동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동북아 시민사회가 러시아 정부의 SDGs 이행 국가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극동아시아지역 러시아 시민단체의 참여 여부를 질문해 러시아 정부에 소외된 극동아시아지역 러시아 시민사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처럼. 다행히 뒤늦게 알고 마지막 날에야 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보스톡의 환경운동가가 이슈 환기를 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한국 장애그룹의 발표로 포럼의 모든 참가자들이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직관적으로 각성할 수 있었던 것처럼.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작은 발걸음 하나 내딛는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여 힘을 내는 것이 ‘사회운동’의 숙명이 아니었던가. 올해 한국 시민사회가 동북아 포럼에서 동북아 시민사회의 참여 공간 확대와 SDGs 이행에 장애관점 주류화에 대한 인식 제고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은 분명하고, 동북아 시민사회 포컬포인트로써 한국 시민사회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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