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PF 뉴스레터 (07.17. 화요일)
SDGs 자발적 국별 보고서 발언기회를 찾아서 (Voluntary National Review Engagement)
7.16~7.18 유엔본부 컨퍼런스룸 4
글/ 김민영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 KCOC 정책센터 팀장)
고위급정치포럼(High Level Political Forum, 이하 HLPF)은 첫째주에는 당해에 검토하는 목표에 대한 주제별 검토(Thematic Review)가 진행되고 둘째주에는 각국의 장관급 대표가 모여서 HLPF의 결과문서인 장관급 선언문을 논의하고 자발적 국가 보고서(Voluntary National Review, 이하 VNR) 발표가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HLPF에 처음 참석했던 작년에는 HLPF의 전반적인 구조를 파악하고 자체 부대행사 개최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본회의에서 발언이라는 목표를 추가했다. “국제회의에서는 발언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KCOC 조대식. 사무총장님의 말씀에 새로운 도전의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올해는 총 47개국에서 VNR을 발표한다. 매 해 VNR을 해당 국가에서 발표하면, 일반적으로 3~6명에게 질문 및 제언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어떤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국제기준에서 의견을 제시할 국제사회, 동료검토 차원에서의 타 국가, 시민사회에 균형적으로 발언 기회가 주어진다.
2018 HLPF를 준비하면서 국제 시민사회에서는 각국의 VNR에 암묵적으로 할당된 시민사회의 한자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대작전을 세웠다.
HLPF 개최 2개월 전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된 HLPF 시민사회 사전회의와 웨비나를 통해 국제 시민사회의 공동행동에 대한 안내가 있었고, 발언문 공공 작업과 발제자 자원을 받기 시작했다. 1
한국은 2016년에 VNR에 참여했고 올해는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KCOC)는 한국과의 협력의 가장 활발한 베트남에 발제자로 자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국제 시민사회 코디네이터에게 전달했다. 그 후, 베트남 VNR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웹상에서 진행된 베트남 발언문 공동 작업과정과 뉴욕에서 HLPF기간 동안 두 세 차례 진행된 준비회의에 참여했다.
▲ HLPF에 참석중인 베트남 시민사회 관계자와의 만남 @ 이성호
이렇게 베트남 VNR 준비과정에 참여하면서 VNR 발언과 관련하여 몰랐던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먼저, 당연한 얘기지만 2분의 짧은 발언문이 많은 사람들의 열정적인 토론과 고심의 결과라는 것이다. VNR 발표 후 질문이나 제언을 위해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겨우 2분이다! 2분이 지나면 마이크가 자동으로 꺼지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전달할 중요한 이슈를 선별하고 간결한 언어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발언 기회를 얻은 사람들은 자기소개를 할 시간도, 형식적인 감사 인사를 할 시간도 없다.
이에 국제 시민사회에서는 발언문의 경우 가능하면 200자 내외의 3개 주요 포인트를 정리한 후, 007작전을 세우듯 첫 번째 발언은 반드시 전달하고 2-3번 포인트는 시간을 봐서 전달하는 것으로 작전을 짰다. 또한, 발제자의 경우 자국의 시민사회 대표의 발언기회가 1순위로 여겨졌고, 시민사회 탄압, 제한된 예산으로 자국 시민사회의 HLPF불참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국의 시민사회가 HLPF에 참석하지 못하거나 발언을 꺼릴 경우 타국의 자원자 중에서 발제자 선정 등의 원칙을 수립했다. 정부의 탄압이나 보복이 예상되는 국가의 경우, 지역(Regional)이나 국가(National) 단위에서 발표를 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베트남 발언문 공동작업반은 10페이지가 넘게 모아진 의견을 여러 차례의 논의를 거쳐 컴팩트하게 줄이고 줄여 200자내외의 주요 포인트 세 개를 정리했다.
발언문 준비와 동시에 시민사회를 대표해 발언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는데, 베트남의 경우 자국의 시민사회에서 VNR 준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베트남 시민사회에서 발언 자원자가 있어서 별 무리없이 발언자가 결정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UN에서 본회의 발언자는 반드시 UN ECOSOC 지위를 획득한 NGO 소속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베트남 NGO의 경우 UN ECOSOC 지위를 획득한 기관이 없는 관계로 막판에 베트남 시민사회 대표발언은 베트남에서 활동 중인 호주 단체 소속의 베트남 사람이 시민사회 대표 발언을 하는 것으로 최종 정리가 되었다.
베트남 발언자가 정해지면서, 다른 발언기회를 찾아서 내가 2년간 살면서 근무했던 라오스의 상황을 살폈다. 라오스의 경우, UNDP와 한국, 지역연대체인 아시아개발연대(ADA) 등의 협력으로 VNR을 준비했고, VNR 준비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정책대화 기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정부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줘도 솔직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라오스 시민사회 참가자의 솔직한 의견이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라오스 시민사회에서는 국제무대에서 라오스 사람이 시민사회 대표로 발언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이었고, 결국 국제 시민사회 그룹에서 시민사회를 대표해 라오스 VNR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 HLPF회의에 참석중인 저자 @ 윤경효
이번 VNR 발언과 관련하여 웃지 못한 해프닝 또한 있었는데, UN에서 시민사회 발언문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으면 시민사회에게 발언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VNR 발표 후 시민사회의 당돌하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적잖이 당황해온 국가들이 시민사회 발언문의 사전 공유를 요청한 것 같은데 이를 UN 차원에서 중재하거나 설득하지 못하고 시민사회에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국제 시민사회에서는 사전에 발언문을 공개할 수 없다고 공동의 입장을 정했고, 이로 인해 시민사회 발언 기회를 차단할 경우 공동의 행동을 통해 HLPF를 보이콧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으로 응수했다.
HLPF 시작을 하루 앞두고 이런 논의가 있었는데, 시민사회 발언이 예정대로 진행된 것을 보아 협상이 잘 이뤄진 듯하다. (휴우~ ^^)
목표한 본회의(VNR)에서의 발언기회 얻기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발언기회를 찾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 시민사회의 VNR 대응 회의들은 HLPF의 본회의 이면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발언 기회 획득은 아무래도 한국의 VNR이 발표되는 해에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 Web(웹)+Seminar(세미나): Web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세미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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