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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SDGs 이해관계자 포럼 뉴스레터 (9.5. 수요일)

by Korea SDGs Network 2018. 9. 11.

동북아시아 SDGs 이해관계자 포럼 뉴스레터

 

 

평화로운 사회(peaceful society)’가 평화의 지속화(sustaining peace)’로 가는

 

하늬(피스모모 연구기획팀장)

 

 

“9월의 울란바토르 날씨는 이렇게 자주 흐린 날이 많은가요?”

아니요, 최근에 들어와서 날씨가 무척 변덕스러워졌어요. 원래 맑은 날이 많았는데 말이죠.”

 

왜 그런 상상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처음으로 가보게 되는 몽골 울란바토르의 하늘이 막연히 맑을 것이라 굳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늦게 도착한 울란바토르의 하늘은 구름이 잔뜩 낀 모습이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이 크다고 하지요, 저는 아쉬운 마음에 몽골 활동가 한분께 여쭈어 봤습니다, 9월 초의 울란바토르의 날씨를요. 기후변화를 몸소 체감하며 한국과 몽골의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한창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더랬지요.


 울란바토르 시내 풍경 ⓒ하늬


피스모모는 201895일과 6일 이틀 동안 열리는 제 2차 동북아시아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이해관계자 포럼에 한국 SDGs 시민넷 대표로 참여했습니다. 장소는 앞에서 살짝 언급한 몽골 울란바토르였고요 :) 이 포럼은 2019년에 개최될 유엔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고위급정치포럼(High-Level Politcal Forum on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다루어질 중요 목표(SDG 4, 8, 10, 13, 16, 17)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한국과 몽골, 일본, 러시아, 북한, 중국 등 여섯 개 국가에서 시민사회를 비롯한 경제인, 정부 관계자 등이 모여서 짧지만 압축적으로 각 국가에서 어떻게 SDGs를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동향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물론 지역 차원에서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하는지도 UN ESCAP에서 상세히 나누어 주셨습니다.

 

95일 오전, 전체세션이 끝나고 오후에는 주요목표 별 그룹토론이 이어졌는데요. 저는 SDG 16(평화, 정의, 강력한 제도) 그룹에 참여했습니다. 그룹 토론이 시작하기 전 주요 목표 별 이행 상황 및 중점 과제 관련한 발표가 이루어졌는데, SDG 16번은 이성훈 아시아발전연대(ADA) 자문관께서 SDG 16번에 담겨있는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의 가치 특히 군축과 SDG 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짚어 주셨어요. SDG 16번은 범분야 목표로서 SDG 17번과 같이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지고 있는데요, SDG 1번부터 15번까지는 각각의 목표가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담고 있다면 16번은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16번에서 다루는 평화의 개념은 소극적 평화(직접적 폭력의 부재 상태, 즉 전쟁이나 무력 갈등이 없다면 평화롭다고 인식하는 형태)에 좀 더 가깝게 해석되고 있지 않나 합니다. 이에 이성훈 자문관님은 군축과 SDG 의 개별의 목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소개하며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는데 있어 군축 의제의 중요성을 알렸습니다. 이와 연계해, SDG 4.7 (세계시민교육)이 군축 및 평화문화 등을 다룰 수 있는 중요한 소목표임을 언급했습니다.



SDG 16번 발표를 하고 있는 이성훈 (아시아발전연대) 자문관님 ⓒ하늬  


발표가 끝난 뒤 16번 목표 그룹에서는 16번 이행에 있어 어려움의 이유로 정치적 의지와 군사화를 꼽았습니다. 실제로 동북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군사비 지출이 높은 곳이며, 군비 경쟁이 치열한 곳 중 하나입니다. 바로 얼마 전만 해도 한반도 역시 높은 군사적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했지요. 그러다 보니, 이 지역의 군사적 갈등에 대한 문제는 굉장히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되어 논의의 주제가 되기가 매우 조심스러워집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총부리를 거두지 않는다면 어떻게 지속가능한 평화로운 사회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 맥락에서 올해 들어 역사적 전환을 맞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구축 과정의 소중함을 한 번 더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결국 동북아시아 지역, 더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성훈 님의 발표에서와 마찬가지로 16번에서 평화의 개념은 소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그룹 내에서도 서로 공유했습니다. 결국 지속가능한평화로운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평화의 개념이 적극적 평화의 개념으로, ‘평화의 지속화(sustaining peace)‘를 위해 SDG 각각의 목표와 16번이 어떻게 연계되어 상승작용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실질적인 이행 및 실천이 필요함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군축과 연계되는 SDG 목표,이성훈 자문관님 프레젠테이션 화면 


저희 그룹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많이 참여하시어 16번을 어떻게 이행하고 그 속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 주셨는데요. 몽골의 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들 안에서 SDG 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어떻게 국회 안에서 공통의 이해를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셨습니다. 몽골 시민사회 활동가 TUR-OD(Open Government Partnership)님은 몽골 내 각 정당에 속해 있는 의원들에게 어떻게 SDG를 알리고 이를 정책을 만들 때 활용하는지에 대한 경험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SDG를 정부에서 어떻게 이행하는지도 매우 중요하지만,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입법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SDG를 얼마나 이해하고 이를 정책에 참고하는지 역시 빠질 수 없는 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큰 영감을 주는 경험이 되었어요


풍성한 논의가 오고감에 있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자리였지만, 정부 관계자 및 학계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대다수이다 보니 시민사회의 다양한 역할 및 경험이 조금 더 공유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을 남았습니다. 그리고 곧 이는 저의 숙제로 남기도 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에서 SDG는 얼마나 공유되고 고민되고 있을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기에 어떻게 하면 평화운동, 인권운동, 환경운동이 자신의 운동 안에서 SDG와의 연계성을 찾아 운동의 확장으로 상승시킬 수 있을까. 그러면서 함께 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존재가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함께 온 지금의 우리가 있기에 머리 맞대어 고민할 수 있는 기회와 순간들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 순간이 만들어지기까지 제가 미처 알지 못한 수많은 분들의 노력 역시 큰 힘이겠지요!


SDG 16번 그룹토론 모습

 

이틀 간의 회의를 마무리하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앞으로 이 포럼이 진행되면서 시민사회 입장문서를 공유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만들어져야 했기에 쉬는 시간과 더불어 점심 시간에도 만나 입장문서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는데, 저에게도 큰 배움이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입장문서 초안 작성에 힘을 모아주셨던 많은 활동가분들과 이 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신 SDG 시민넷 그리고 시민사회의 제안을 환대해 주셨던 UN ESCAP 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3차 동북아시아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해관계자 포럼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좀 더 동등한 파트너쉽을 가지며 회의에 참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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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마친 바로 다음 날 저는 이른 아침 서울로 오는 일정이었는데요, 구름 한 점 없는 울란바토르의 하늘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회의 기간 동안 잔뜩 흐린 날씨로 아쉬워했던 제 마음을 알아서였을까요,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조금 더 길게 머물고픈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 

 

울란바토르 새벽의 모습  ⓒ하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