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PF 뉴스레터 (07.11. 화요일)
우리 ‘모두’의 번영을 위한 ‘빈곤퇴치’:
‘상대적 빈곤’ 문제 부각...경제와 거버넌스의 문제
09:00~13:00 Review of SDGs implementation
글/ 윤경효 한국 시민사회 SDGs 네트워크(SDGs시민넷) 사무국장
고위급 정치 포럼(HLPF) 회의 둘째 날이 밝았다. 첫째날 올해 6개 점검목표(빈곤퇴치, 식량농업, 보건의료, 성평등, 산업혁신, 해양생태계)에 대한 이행현황을 전반적으로 공유한 이후, 오늘부터 목요일까지 각 목표별로 보다 구체적인 상황과 과제를 논의하고 금요일에 6개 목표들을 서로 연계 통합하여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오늘의 점검주제는 ‘빈곤퇴치(SDG1)'과 ’식량농업(SDG2)'으로, 전문가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발제와 전문가 패널토론 이후 각 국의 입장이 반영된 정부 관계자들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빈곤퇴치’와 관련하여,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에 대한 두 가지 접근과 그에 따른 요인 분석과 해결방안이 다른 것이 사뭇 인상적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중국의 징저우 시장과 아프리카 가나의 경제전문가의 경우, 전통적인 ‘빈곤’ 문제 인식을 드러내며, 생산성 증대를 통한 소득창출과 빈곤퇴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미국의 정치학자와 경제학자의 경우, 소득 증대 관점보다는 소득 재분배 관점에서 구조적 문제에 따른 ‘상대적 빈곤’을 언급했는데, 특히, 자넷 고르닉(Janet Gornick) 뉴욕시립대 정치학 교수의 경우, 미국과 18개 고소득국가(호주, 캐나다, 16개 유럽국가)들의 세전 및 세후 소득 불평등 정도를 비교하면서 높은 상대적 빈곤 현황과 함께 조세정책을 통해 소득불균형을 완화해 상대적 빈곤을 해소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래 그래프는 조세정책을 통한 19개 국가의 소득 재분배 현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연한색의 긴 막대그래프는 세전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고, 진한 색의 짧은 막대그래프는 세후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며, 숫자는 각각 소득의 지니계수를 의미한다.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아일랜드, 영국, 그리스에 이어 4번째로 세전 소득 불평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세후 불평등은 19개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다른 18개 나라에 비해 상대적 빈곤율이 가장 높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 2013년 기준, 지니계수는 0.347(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청)로, 35개 OECD 회원국 중 27위를 차지해 소득 불평등이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노동조합연합(ITUC)에서 온 두 명의 패널 역시, ‘빈곤’을 글로벌 현상으로 보고, 중소득 이상의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상대적 빈곤’ 문제 인식의 중요성을 지적했는데,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빈곤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역설했다. 현재, 노점상, 돌봄노동 등 비공식 경제 분야에서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 일자리가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공식화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비공식 분야 노동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과 정체되어 있는 GDP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전 세계 빈곤층의 80%가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도시와 농촌 지역간 불평등 구조를 지적하면서, 농업분야에 대한 투자와 영세농민에 대한 지원 강화, 기술이전, 의사결정과정에의 농민의 참여 강화를 제안했다.
빈곤문제 원인에 대한 인식이 경제적 생산성이냐 정치사회적 재분배냐 두 가지로 나뉘었던 만큼 두 가지 관점에 대한 비판적 토론이 필요했는데, 사회자가 나서서, 규모의 생산성을 추구할 경우 환경적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그리고 재분배의 경우, 시장경제와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핵심을 짚었다. 규모의 생산성을 추구하는 정책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조화를 달성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의과제로 남았다. 재분배 정책의 경우, 발제했던 마틴 라발리옹 조지타운대 경제학 교수는 경제성장과 사회보장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으로는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역설하며, 재분배 정책의 경우, 그동안 시장(market)이 고소득층을 위해 작동해 왔던 것을 저소득층을 위해 작동하도록 하는 경제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빈곤’은 자원 생산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한쪽으로 기울어진 자원의 편중 때문인가? 세계식량기구나 빈곤문제를 다루는 전문가, 시민사회의 보고서들을 보면, 절대적인 자원 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원 편중 때문이라는 시각이 더 많다. 한 나라에서는 비만과 음식물 쓰레기로 골치를 썩는 동안에 다른 나라에서는 기아로 허덕인다. 이쪽에서 남는 거 저쪽에 주면 좋겠지만, 시장가격이 떨어진다고 그냥 폐기처분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빈곤’은 ‘사회복지’ 관점에서 ‘못 사는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하는’ 사회문제로 인식되었고 때문에 빈곤정책의 대부분이 ‘못 사는 사람들’을 구분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빈곤운동그룹은 기초생활보장수급제도에서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자가 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무능력하고 가족도 외면할 만큼 사이가 얼마나 안 좋은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반인권적인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며, 빈곤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2017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정치 포럼에서 ‘빈곤’은 더 이상 ‘사회복지’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이며, 한쪽으로 기울어진 추를 바로잡아야 하는 ‘거버넌스’의 문제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2000년 새천년발전목표(MDGs)가 ‘절대적 빈곤’에 초점을 맞춰 선진국의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던 것에 비하면,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다. 21세기의 ‘빈곤’은 20세기의 ‘빈곤’과 달라졌다. 우리의 시각과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에필로그......생애 처음으로 뉴욕에 왔는데, 한 끼로 차가운 샌드위치 나부랭이나 베이글, 피자 쪼가리 따위로 배를 채우는데도 1만원이 홀랑 날아가니, 삶의 질이 바닥이다. 패스트푸드 외에는 ‘양질의 먹거리’를 구매할 능력이 안 되는 나의 곤궁함을 적나라하게 직면한 것 같아 기분이 더럽다. 줸장......물가 비싸다는 도쿄, 런던, 파리에서 배낭여행을 할 때도 이런 기분을 느끼지는 않았다...시장에서 장을 보면 적은 돈으로 양질의 음식을 해 먹을 수는 있었단 말이다~!!!! 돈 많은 넘한테나 좋을 뉴욕...쳇...
'한국어 메뉴 > 고위급정치포럼(HLPF)' 카테고리의 다른 글
HLPF 뉴스레터 (07.12. 수요일) [사이드이벤트] VNR보고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가? (0) | 2017.07.14 |
---|---|
HLPF 뉴스레터 (07.11. 화요일) [사이드이벤트] 사탕발린 자발적 국가보고서 (0) | 2017.07.13 |
HLPF 뉴스레터 (07.11. 화요일) [사이드이벤트]아동빈곤 감소를 위한 노력 - 브라질 사례를 중심으로 (0) | 2017.07.13 |
HLPF 뉴스레터 (07.10. 월요일) [사이드이벤트] SDG 이행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Make invisible visible! (0) | 2017.07.13 |
HLPF 뉴스레터 (07.09. 일요일) 주요그룹 및 이해관계자 (MGoS) 사전 준비 회의 (0) | 2017.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