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이벤트 | 풀뿌리 활동 모아 태산 만들기...글로벌 모자이크(Global Invisible Mosaic)
글 / 윤경효 SDGs시민넷 사무국장
SDGs와 관련한 지역 차원의 활동사례를 모아 공유하는 “글로벌 모자이크(공식명칭: Global Invisible Mosaic)” 사이드이벤트가 7월 11일 수요일 오후 4시부터 5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뉴욕 맨하탄 한인타운 인근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유엔 회의장에서 도보로 30분 거리라 사람들이 많이 올까 걱정했는데, 20여명이나 참석했다. 역시나 사전등록자 50%의 법칙은 불변의 진리인가보다....헐...
왼쪽 끝부터 쿠썸 BCCIC, 데보라 BCCIC, 윤경효 SD센터, 우미선 APWLD ⓒ 이하늬
글로벌 모자이크 사이드이벤트는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주 국제협력협의회(BCCIC)와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SD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로, 2017년에 첫 개최 이후 두 번째다. 당시 BCCIC가 지역의 시민사회 활동 사례를 ‘글로벌 모자이크’라는 컨셉으로 공유하는 자리를 준비하다가 ‘한국 지역 지속가능발전 거버넌스 실천 활동 보고서’와 ‘2017 HLPF 한국 시민사회보고서’를 보고, 한국 사례 발제를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네팔의 여성단체(BCC)가 참여하게 되면서, 상호 역량강화를 위해 자연스럽게 ‘글로벌 모자이크’ 활동을 이어 가보자라는 뜻을 모으게 되었다.
그러니까, ‘글로벌 모자이크’는 풀뿌리 차원에서 활동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국가나 지방차원의 시민사회단체가 자신들의 고유 활동을 바탕으로 풀뿌리 사례를 모아내는 국제 교류 네트워크인 셈이다.
올해 사이드이벤트에는 BCCIC의 지역차원의 SDGs 이행 현황 계기판 시범사업 결과와 SD센터의 한국 지역차원 SDGs 지표 통계 현황 등 지역차원의 SDGs 모니터링 활동 내용이 공유되었고, 아시아-태평양 여성 포럼(APWLD)이 SDGs 지표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발전 정의 지표(Development Justice Indicator)’와 2017년부터 올해까지 2년 동안 16개 국가에서 시범 적용한 사례가 소개되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한 활동가는 글로벌 모자이크가 모아내려고 하는 지역 활동사례들에서 ‘지역(local)’이 지방정부 단위를 의미하는 지, 아니면, 행정구역과 상관없는 ‘공동체(community)’를 의미하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했다. 발표된 사례가 주로 지방정부 행정단위를 중심으로 분류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에 대해 또 다른 청중은 SDGs 이행이 정부가 이행해야 하는 약속이므로, 우선, 지방정부 단위의 실천을 모니터링하고 모아내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의견을 내었다.
한편, 지역차원의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공통의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다. 한국의 경우, 기껏 35%에 불과하고, 참가자들이 속한 나라에서는 지역 SDGs를 만들려고 해도, 통계 부족으로 현황을 파악하기 곤란해 실질적인 목표와 지표를 수립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야기되었다.
2015년에 SDGs가 채택된 이후 국제회의장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이슈가 데이터 구축과 통계역량인데, 3년째인 올해까지도 통계 관련하여, 크게 진척된 것은 없는 듯하다. 지표개발과 관련된 회의를 가보면, 대부분이 연구자들이 만들어 놓은 지표에 맞춰 기존의 통계를 재활용 방식이고, 새로운 통계를 구축하고 활용하기 위한 통계 거버넌스(예산, 인력, 방법론, 지표 선정 과정 및 모니터링 체계, 시민사회 생산 데이터 활용 시스템 등)에 대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SDGs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이행하려는 각 국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많이 미흡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포용성과 통합성을 위해서는 구별통계를 통해 상황 파악이 우선되어야, 실질적인 달성 목표와 지표를 정치적 합의 과정을 통해 설정할 수 있는데, 통계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이 없이 수립되는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소수의 전문가에 의한 보고서 작업으로 그치거나 실질적인 실천과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물론, 특정 통계가 우리의 현실을 모두 말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통계 맹신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최소한 우리들의 노력이 얼마만큼 나아가고 있는지, 놓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은 일상적인 실천을 추동하는데 유용하다 할 수 있다. 즉, 많은 사람들의 실질적인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역차원의 다양한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많지 않아서 인지, 참가자들도 모두 ‘글로벌 모자이크 이니셔티브’에 공감하면서, 내년에 더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캐나다 친구들과 뒤풀이하며, 글로벌 모자이크 활동을 어떻게 진행해 갈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만만치가 않다. 두 기관의 역량상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매년 7월 HLPF에서 사이드이벤트를 통해 국제 풀뿌리 사례를 모아내고, 이를 아카이빙하는 것인데,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재원과 일할 사람이 없으면, 로망에 불과할 뿐이다. BCCIC도 상근자가 불과 4명밖에 안되고, SD센터도 1명밖에 없기 때문에, 국제네트워크 활동을 담당할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의 단체들이 국제네트워크 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같은 뜻을 가진 국제NGO나 국제기구 파트너를 찾아 함께 방법을 모색하는 수밖에...
작년에 처음 만났을 때와 상황이 크게 변한 것은 없으나, 지역차원의 활동이 글로벌 차원에서 유의미하게 드러나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캐나다, 한국, 네팔 NGO간 신뢰는 한 켜가 더 쌓인 듯하다. 그래서인가....글로벌 모자이크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답을 찾지 못했으면서도 마음이 그렇게 무겁지는 않다....시간이 걸려도 우리는 어쨌든 우리들의 일을 묵묵히 할 것이고, 내년에도 만날 수 있으면 만나서 작년과 올해처럼 그동안 진전된 상황을 공유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았다. 국제연대가 별건가....헐....
행사 끝나고 발제자, 참가자 다같이 ⓒ 윤경효